통영 선외기,
그리고 남편의 마지막 낚시 약속
이번에도 못 잡으면, 정말 마지막이야.
그 한마디를 받아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편은 바다낚시를 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빈손인 경우가 많았다. 흔하다는 잡어도 구경하기 힘들었다. 어복이 없는 건지, 물고기들이 남편 낚싯대만 귀신같이 피하는 건지, 몇 번을 가도 결과는 한결같았다. 결국 이번엔 조건을 하나 달았다. "이번에도 못 잡으면 낚시는 진짜 마지막이야." 그 약속을 손에 쥐고, 통영 선외기 낚시를 예약했다.
날짜는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었다. 둘 다 직장인이라 주말이 아니면 움직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선외기는 해가 뜨는 순간부터 온종일 배 위에서 버티는 방식이라, 전날 금요일 늦은 저녁에 미리 통영으로 내려가 모텔을 잡았다. 숙박비를 아끼자는 마음에 고른 곳이었지만, 어차피 눈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는 게 전부였으니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날씨 좋다~
다행히 뱃멀미는 둘 다 하지 않는 편이라 배 위에서의 불편함은 크지 않았다. 문제는 단 하나, 화장실이었다. 탁 트인 바다 한가운데 작은 배 위에서는 아무래도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다. 나는 승선 전 기다리는 시간동안 최대한 비우고 출발해야 했다....
난 낚시를 못한다. 남편이 미끼를 끼워 던져주면, 그걸 쥐고 기다리다 무언가 걸리면 들어 올리는게 전부. 심지어 고기가 올라와도 손을 못 대서 결국 남편에게 다시 넘기는 수준이다. 그래도 남편은 내게 어복이 있다고 한다. 한두 시간만 지나면 어김없이 손맛을 보게 된다고.
집에 복귀하는 시간 감안하여 그날 철수 시간은 오후 3시. 오후 2시가 넘어서도 남편 낚싯대에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물고기들이 어떻게 그 낚싯대인 줄 알고 피하는 건지, 신기하다 못해 야속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종료 20분을 남겨두었을 때, 드디어 낚싯대 끝이 흔들렸다. 고기 한 마리.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정말 낚시를 접을 수 있겠구나.' 하지만 그 기대는 반만 맞았다. 나는 그날 여러 마리를 올렸고, 남편은 딱 그 한 방이었다.

마침내 터진 남편의 단 한 방
신이 난 남편은 고기를 내려놓자마자 "한 마리 더"를 외치며 다시 낚싯대를 쥐었다. 그러다 내 낚싯대에 미끼를 끼워주느라 잠깐 자신의 낚싯대를 배 난간에 걸쳐 두었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귀가 10분 전의 일이었다. 뭐라 말을 이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남편은 내 낚싯대를 빌려 좌우로 던지고 끌어오기를 반복했지만 올라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귀가 5분을 남겨두고, 내가 한번 해보겠다며 낚싯대를 받아 살살 줄을 감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선 끝에 묵직한 저항이 느껴졌다. '고기가 걸렸나' 싶던 찰나, 수면 위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건 빠진 낚싯대의 줄이 내 바늘과 추 사이에 정확히 얽혀 있는 광경이었다.
조심스럽게 줄을 거두어 남편 손에 쥐어주고, 함께 천천히 당겼다. 그리고——낚싯대가 올라왔다. 그 순간을 동영상으로 담아뒀다. 주변에서 보던 사람들이 말했다. 어복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못 하는 일이라고.
이쯤 되면 나는 고기뿐 아니라 낚싯대도 낚는 사람인 것 같다.

기적의 낚싯대 회수 현장
낚싯대는 3시가 되기 전에 무사히 돌아왔고,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배에서 내렸다. 그날 조황이 썩 좋지 않아 직접 잡은 고기는 많지 않았는데, 친절한 사장님이 미리 잡아두셨던 걸 챙겨주셔서 배가 터지도록 회를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식구들에게는 내가 다 잡았다고 살짝 부풀렸다. 🤫

선외기 사장님이 우리가 안쓰러우셨는지 어창에서 감성돔이랑 참돔을 챙겨주셨다.
어쨌든 우리 남편은, 그날 이후로도 낚시를 접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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