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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일상

[부부여행] 좌대낚시

by 블루멍 2026. 5. 27.

 

📱
낚시 일기  ·  일상 에세이

좌대낚시, 그리고
바다에 바친 핸드폰

조렴하게 즐기려다 훨씬 더 큰 걸 잃은 날의 기록.

가성비 찾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온 날의 기록.

일정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친한 동생이 있다. 회사 일에 부모님 농사 시즌까지 겹치면 더더욱 그렇다. 낚시를 좋아하지만 매번 함께하지 못했던 동생이, 이번 근로자의 날 큰마음먹고 하루 일정을 맞춰줬다. 뱃멀미가 심한 동생을 위해 선외기 대신 좌대낚시를 선택했다. 마침 남편이 좌대에서 전갱이 잡는 영상을 봤던 터라 분위기도 올라 있었다. 

날씨 온도는 좋았다. 문제는 바람이었다. 일기예보에서 풍속 4~5 정도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 정도는 괜찮아"라는 동생과 남편의 말을 믿었다. 낚시하는 날 새벽 배를 타야 해서, 남동생은 먼저 선착장에 도착해 차박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우리는 새벽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날 밤 비가 쏟아졌다. 일기예보가 이렇게 잘 맞을 때가 없다. 낚시 의지가 충만했던 동생은 전날 저녁 통영에 도착해 밤낚시 준비를 하다가 비를 그대로 맞았다고 한다. 그날 밤낚시는 완전히 꽝이었다.

새벽에 합류해서 편의점 라면으로 적당히 아침을 때우고, 출항 전 화장실을 챙겼다. 이건 선외기 때부터 배운 필수 루틴이다. 좌대 쪽에도 화장실이 있다고는 했지만, 위생에 예민한 나는 그냥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

그날은 전갱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좌대 위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좌대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틈새가 보이는 길고 긴 마루 같은 것들이 가로 세 개씩 묶여 이어진 구조였다. 움직일 때마다 떨어질 것 같았고, 모서리 쪽은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이 내 쪽으로 튀어 올랐다.

🌫️

생각보다 사람이 바글바글

난 오로지 원투낚시만 한다. 남편이랑 동생은 전갱이 잡겠다며 오전 내내 낚시를 했지만 고기가 안 들어온다고 한다. 아무래도 오늘도 꽝예정 일듯 하다. 난 그래도 어복이 따라줬는지, 나는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 한 마리를 낚는 데 성공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연락이 와 통화를 하면서도 낚시를 하고, 중간중간 내 보조까지 겸했다. 회사에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분산된 탓이었을까.

📱 사건 발생
남편이 몸을 숙이는 순간, 낚시 조끼 주머니에 잠금도 안 된 채 넣어뒀던 핸드폰이 그대로 바닷속으로— 풍덩.

몸에서 빠져나가는 속도와 남편이 잡으려는 속도의 차이가 너무 컸다.
그렇게 안녕, 핸드폰. 신분증까지 함께.

도착한 지 3시간도 안 된 시점이었다. 다들 눈치를 보면서 "건져봐야 하는 거 아니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낚싯대로 바늘 미끼를 이용해 건질 수 있을까 잠깐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하다는 게 느껴졌다.

바닷속 분신물 찾아주는 다이버 업체가 있다고 해서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했더니, 수색 비용이 30만 원이었다. 거기다 배 이용 비용까지 따로라고 했다. 고민이 길어졌다.

💡 검색 결과
바다 수심 10m 이상에서 빠지면 데이터 복구도 힘들거라고 한다. 건져봤자 쓸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남은시간 낚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국 전갱이는 구경도 못했다.

파도 속 귀환길

좌대에 같이 낚시하던 사람들이 차례로 떠난다, 작은 배다 보니 한 번에 많은 사람이 타지 못해 순차적으로 복귀를 한다. 우리는 마지막, 남은 건 우리 셋뿐이었다. 바람에 파도까지 거세져서, 선장님이 나와 남편은 배 안쪽으로 들어오라 했다. 남동생은 그대로 갑판 위에 남겨졌다. 배가 달리기 시작했다. 파도와 충돌할 때마다 동생이 공중으로 번쩍번쩍 들렸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 2차 사건
파도에 배가 크게 출령이는 순간, 동생의 엉덩이뼈가 배 모서리에 세게 부딪혔다.
배 갑판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길래 허리 다친줄알고 너무 놀랬다. 복귀후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다행이 큰 이상은 없단다.

배에서 내릴 때 선장님이 "병원 가서 확인해 보고 이상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한다.

남편은 핸드폰 없이 보내는 하루가 마치 금단증상 생기는 거 같다 하고 종일 우울해하고 그 다음날, 바로 핸드폰 개통을 하러 가서 지금은 새 폰을 쓰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핸드폰 바꾸고 싶어서 바다에 선사하고 온 것 같기도 하다. 🤔

그래서 낚시의 '낚' 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한테 낚시는 여전히 힐링이라고 한다.

고기 미끼 하나 못 꿰는 나도,
손맛만 느끼면 되는 게 낚시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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