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대낚시, 그리고
바다에 바친 핸드폰
조렴하게 즐기려다 훨씬 더 큰 걸 잃은 날의 기록.
일정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친한 동생이 있다. 회사 일에 부모님 농사 시즌까지 겹치면 더더욱 그렇다. 낚시를 좋아하지만 매번 함께하지 못했던 동생이, 이번 근로자의 날 큰마음먹고 하루 일정을 맞춰줬다. 뱃멀미가 심한 동생을 위해 선외기 대신 좌대낚시를 선택했다. 마침 남편이 좌대에서 전갱이 잡는 영상을 봤던 터라 분위기도 올라 있었다.
날씨 온도는 좋았다. 문제는 바람이었다. 일기예보에서 풍속 4~5 정도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 정도는 괜찮아"라는 동생과 남편의 말을 믿었다. 낚시하는 날 새벽 배를 타야 해서, 남동생은 먼저 선착장에 도착해 차박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우리는 새벽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날 밤 비가 쏟아졌다. 일기예보가 이렇게 잘 맞을 때가 없다. 낚시 의지가 충만했던 동생은 전날 저녁 통영에 도착해 밤낚시 준비를 하다가 비를 그대로 맞았다고 한다. 그날 밤낚시는 완전히 꽝이었다.
새벽에 합류해서 편의점 라면으로 적당히 아침을 때우고, 출항 전 화장실을 챙겼다. 이건 선외기 때부터 배운 필수 루틴이다. 좌대 쪽에도 화장실이 있다고는 했지만, 위생에 예민한 나는 그냥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그날은 전갱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좌대 위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좌대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틈새가 보이는 길고 긴 마루 같은 것들이 가로 세 개씩 묶여 이어진 구조였다. 움직일 때마다 떨어질 것 같았고, 모서리 쪽은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이 내 쪽으로 튀어 올랐다.

생각보다 사람이 바글바글
난 오로지 원투낚시만 한다. 남편이랑 동생은 전갱이 잡겠다며 오전 내내 낚시를 했지만 고기가 안 들어온다고 한다. 아무래도 오늘도 꽝예정 일듯 하다. 난 그래도 어복이 따라줬는지, 나는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 한 마리를 낚는 데 성공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연락이 와 통화를 하면서도 낚시를 하고, 중간중간 내 보조까지 겸했다. 회사에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분산된 탓이었을까.
몸에서 빠져나가는 속도와 남편이 잡으려는 속도의 차이가 너무 컸다.
그렇게 안녕, 핸드폰. 신분증까지 함께.
도착한 지 3시간도 안 된 시점이었다. 다들 눈치를 보면서 "건져봐야 하는 거 아니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낚싯대로 바늘 미끼를 이용해 건질 수 있을까 잠깐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하다는 게 느껴졌다.
바닷속 분신물 찾아주는 다이버 업체가 있다고 해서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했더니, 수색 비용이 30만 원이었다. 거기다 배 이용 비용까지 따로라고 했다. 고민이 길어졌다.

파도 속 귀환길
좌대에 같이 낚시하던 사람들이 차례로 떠난다, 작은 배다 보니 한 번에 많은 사람이 타지 못해 순차적으로 복귀를 한다. 우리는 마지막, 남은 건 우리 셋뿐이었다. 바람에 파도까지 거세져서, 선장님이 나와 남편은 배 안쪽으로 들어오라 했다. 남동생은 그대로 갑판 위에 남겨졌다. 배가 달리기 시작했다. 파도와 충돌할 때마다 동생이 공중으로 번쩍번쩍 들렸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배 갑판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길래 허리 다친줄알고 너무 놀랬다. 복귀후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다행이 큰 이상은 없단다.
배에서 내릴 때 선장님이 "병원 가서 확인해 보고 이상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한다.
남편은 핸드폰 없이 보내는 하루가 마치 금단증상 생기는 거 같다 하고 종일 우울해하고 그 다음날, 바로 핸드폰 개통을 하러 가서 지금은 새 폰을 쓰고 있다.
그래서 낚시의 '낚' 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한테 낚시는 여전히 힐링이라고 한다.
고기 미끼 하나 못 꿰는 나도,
손맛만 느끼면 되는 게 낚시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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