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소 공급망 이야기
해외에서 만든 수소는
어떤 모습으로 바다를 건널까?
액화수소와 암모니아, LOHC의 해상 운송과 활용방법을 비교해 봅니다.
친환경 수소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지역과 실제로 수소를 사용하는 지역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넓은 사막과 풍부한 태양광을 보유한 중동, 바람이 강한 호주와 남미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좋습니다. 반면 철강과 석유화학, 발전과 운송산업이 집중된 한국과 일본, 유럽은 앞으로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생산국과 소비국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수소를 바다 건너 이동시킬 수 있는 대규모 운송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 부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대로 선박에 싣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상에서는 수소를 차갑게 냉각해 액체로 만들거나, 암모니아 또는 유기액체에 결합해 운반합니다.
바다를 건너기 전에 수소의 모습을 바꿉니다
자동차나 발전설비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대부분 기체 형태입니다. 하지만 기체수소는 밀도가 낮아 선박의 화물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해상 운송에서는 적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담기 위해 수소의 상태를 바꾸거나 다른 물질을 운반체로 사용합니다.
액화수소는 수소 자체를 매우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만들어 운송합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를 결합한 화합물로 바꿔 운송합니다.
LOHC는 액체 유기물에 수소를 결합해 일반 액체화물과 비슷하게 운반합니다.
세 방법은 모두 장거리 운송을 가능하게 하지만 필요한 온도와 설비, 도착 후 수소를 꺼내는 방법, 안전관리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수소 자체를 액체로 옮기는 액화수소 방식
액화수소 해상 운송은 기체수소를 약 영하 253℃까지 냉각한 뒤 극저온 화물창에 저장하여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수소를 액체로 만들면 기체 상태보다 부피가 크게 줄어들어 선박 한 척에 더 많은 수소를 적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목적지에서 별도의 화학적 분해과정 없이 기화한 뒤 바로 수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 영하 253℃라는 온도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LNG보다 더 낮은 온도이기 때문에 화물창과 배관, 밸브와 펌프 모두 수소용 극저온 설계가 필요합니다.
화물창으로 들어오는 열을 막는 것이 핵심입니다
외부의 열이 화물창 안으로 들어오면 액체수소 일부가 다시 기체로 변합니다. 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진공단열과 다층단열재, 고성능 복합단열재를 적용해 발생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운송 중 자연적으로 기화한 수소가스를 BOG라고 합니다. BOG를 얼마나 줄이고 안전하게 활용하는지가 액화수소 운송의 경제성을 좌우합니다.
BOG는 버리는 대신 다시 활용합니다
기화한 수소를 그대로 버리면 운송손실이 커지고 화물창의 압력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박에서는 BOG를 추진연료나 발전연료로 사용하거나, 압축해 저장하고, 경우에 따라 재액화설비를 거쳐 다시 액체로 돌려보냅니다.
| 살펴볼 항목 | 액화수소 운송의 특징 |
|---|---|
| 운송 형태 | 수소 자체를 액체로 만들어 운반 |
| 저장온도 | 약 영하 253℃ |
| 도착 후 처리 | 기화와 압력조절 후 사용 |
| 주요 장점 | 고순도 수소를 직접 운송 가능 |
| 주요 과제 | 액화에너지, 극저온 화물창과 BOG 관리 |
기존 물류망을 활용하기 좋은 암모니아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세 개가 결합한 NH3 형태의 화합물입니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면 액화수소처럼 영하 253℃까지 냉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암모니아는 약 영하 33℃에서 액체가 되며, 상온에서는 일정한 압력을 가해 액체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비료와 화학원료로 오래전부터 생산되고 있으며 이미 전용 운반선과 저장탱크, 하역설비와 항만 터미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수소 전용 물류체계를 처음부터 모두 건설하지 않고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암모니아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암모니아를 수소로 되돌리는 크래킹
암모니아 상태로 도착한 뒤 순수 수소가 필요하다면 암모니아를 질소와 수소로 분해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암모니아 크래킹이라고 합니다.
2NH3 → N2 + 3H2
크래킹에는 열과 촉매가 필요합니다. 분해 후 수소에 남아 있는 암모니아와 질소를 제거하려면 정제공정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발전소나 선박엔진에서 암모니아를 연료로 직접 사용한다면 다시 수소로 분해하는 단계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암모니아의 강점
기존 운반선과 항만시설을 활용하기 좋습니다.
대량 장거리 운송 경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수소 운반체이자 연료로 직접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암모니아의 과제
독성과 자극성이 있어 누출관리가 중요합니다.
순수 수소를 얻으려면 크래킹이 필요합니다.
직접 연료 사용 시 질소산화물을 관리해야 합니다.
일반 액체처럼 운반하는 LOHC 방식
LOHC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를 뜻합니다. 특정 유기액체에 수소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뒤 상온에 가까운 액체 형태로 저장하고 운송합니다.
생산지역에서는 수소화 반응으로 유기액체에 수소를 넣고, 소비지역에서는 탈수소 반응으로 수소를 다시 꺼냅니다.
LOHC는 어떻게 순환할까?
수소 결합
생산지에서 촉매를 사용해 유기액체에 수소를 결합합니다.
액체 상태 운송
유조선과 저장탱크를 활용해 소비지역까지 운송합니다.
수소 분리
도착지에서 열과 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분리합니다.
운반체 회수
수소가 빠진 유기액체를 생산지로 돌려보내 재사용합니다.
LOHC는 초저온 화물창이나 고압 저장용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반 석유제품과 비슷한 액체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유조선과 저장탱크, 항만 배관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수소화와 탈수소 반응에 열과 촉매가 필요하며, 수소를 사용한 뒤 운반체를 다시 생산지로 되돌려 보내야 합니다.
세 가지 해상 운송방식 한눈에 비교하기
| 비교항목 | 액화수소 | 암모니아 | LOHC |
|---|---|---|---|
| 운송형태 | 액체수소 | 액체암모니아 | 수소 결합 유기액체 |
| 대표 조건 | 약 -253℃ | 약 -33℃ 또는 가압 | 상온 액체 취급 |
| 도착 후 공정 | 기화 | 크래킹 또는 직접 사용 | 탈수소 |
| 기존 설비 활용 | 낮은 편 | 높은 편 | 높은 편 |
| 대표 강점 | 순수 수소 직접 운송 | 대량 운송과 기존 인프라 | 상온 취급과 저장 편의성 |
| 대표 과제 | 액화비용과 BOG | 독성과 크래킹 | 탈수소 열과 회수물류 |
운송수단보다 전체 공급망을 비교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이 가장 경제적인지 판단할 때 선박 운송비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수소를 액화하거나 암모니아와 LOHC로 바꾸는 과정, 생산지 항만의 저장과 하역설비, 선박 운항, 수요국의 재변환과 정제까지 모두 포함해야 합니다.
✔ 생산국과 소비국 사이의 거리
✔ 연간 운송해야 하는 수소의 양
✔ 목적지에서 필요한 수소의 순도
✔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
✔ 기존 항만과 저장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지
✔ 변환과 재변환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비용
예를 들어 암모니아를 발전소 연료로 직접 사용한다면 크래킹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료전지에 공급할 고순도 수소가 필요하다면 액화수소가 유리한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여러 방식이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 수소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더라도 모든 국가가 같은 운송방식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암모니아 터미널과 발전시설이 있는 지역에서는 암모니아 중심의 공급망이 먼저 구축될 수 있습니다.
기존 석유 물류망을 활용하기 좋은 지역에서는 LOHC가 분산형 수소공급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액화수소는 단열과 화물창, BOG 처리기술이 발전하고 운송규모가 커질수록 고순도 수소를 직접 공급하는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가지 방식에서 기억할 내용
① 액화수소는 수소 자체를 직접 운송하지만 영하 253℃의 극저온 설비가 필요합니다.
② 암모니아는 기존 국제 물류망을 활용하기 좋지만 독성과 크래킹을 고려해야 합니다.
③ LOHC는 상온 액체로 취급하기 편하지만 탈수소 에너지와 운반체 회수가 필요합니다.
④ 최적의 운송방식은 거리와 물량, 사용처와 기존 인프라에 따라 달라집니다.
⑤ 미래 국제 수소공급망은 한 가지 방식보다 여러 기술이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무리
국제 수소시장은 생산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고 바다를 건너 옮긴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급하는 전 과정이 완성되어야 합니다.
액화수소는 고순도 수소를 직접 운반할 수 있고, 암모니아는 이미 갖춰진 대량 물류망을 활용하기 좋습니다. LOHC는 상온 액체로 취급할 수 있어 기존 석유 인프라와 연결하기 편리합니다.
각각의 기술은 분명한 장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소가 새로운 국제 에너지 상품으로 자리 잡는다면 액화수소 운반선과 암모니아 운반선, LOHC 운송망은 생산국과 소비국을 연결하는 바다 위의 에너지 통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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